이변이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였지만 크로아티아에게 발목을 잡히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만 본다면 이변이지만 실제 경기를 봤다면 큰 이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크로아티아와 브라질의 점유율은 5대5에 가까웠고 크로아티아의 경기력이 정말 훌륭했다.
① 에너지 레벨
우선 경기를 분석하기 전 하나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크로아티아는 직전 16강 경기에서 일본과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갔고 브라질은 한국을 상대로 16강에서 손 쉽게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 두 팀의 16강 경기가 바뀐 듯 보였다. 에너지 레벨 자체가 크로아티아가 훨씬 높았다는 뜻이다.
전반전 크로아티아의 경기력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전반 초반부터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브라질을 괴롭혔다. 전방 압박도 때에 따라 가져가면서 찬스를 잡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의 높은 에너지 레벨은 전반 내내 이어졌다. 공수 전환 속도가 매우 빨랐다. 지공 상황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수비로 복귀하는 속도가 브라질의 역습 속도보다 빨라 수비에서의 안정감을 가져갈 수 있었다.
② 조직적인 수비
크로아티아의 승리 요인은 수비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너무 좋았다. 크로아티아는 4-5-1의 수비 전형을 만들었다. 중앙을 두텁게 만들어 측면으로 공격 전개를 유도했다. 브라질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는 순간 크로아티아의 늪 축구는 시작된다. 브로조비치를 제외한 미드필더 진들은 측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는 브라질의 공격 전개에 대응한 전술로 보이는데 브라질의 공격 상황을 보면 브라질은 측면에 하피냐, 비니시우스의 개인 돌파를 우선시했다.
비니시우스, 하피냐가 볼을 잡게 되면 2~3명의 선수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박해 볼을 탈취하는 것이 크로아티아의 수비 방법이었다. 또한 이날 크로아티아 수비의 중점은 선수들의 위치다. 미드필더들이 브라질 선수들 사이 사이 공간에 위치해 패스 길을 차단했다. 패스 길을 차단해 1차적으로 공격 템포를 늦추고 공격을 측면으로 유도하게 만들었다.
③ 중원 장악력
크로아티아 미드필더들은 수비뿐 아니라 중원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직전 경기에서 연장전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브로조비치, 모드리치, 코바치치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브라질의 중원을 괴롭혔다. 수비 시에는 브로조비치는 네이마르와 자주 부딪혔고 모드리치, 코바치치는 측면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볼을 빼앗고 나서는 브라질의 역압박을 유려한 빌드업으로 풀어내는 장면도 많았다.
세 선수의 유기적인 스위칭도 인상적이었다. 빌드업 시 세 명의 미드필더가 센터백 앞에 위치한다. 우측 측면으로 볼이 전개되면 모드리치가 높게 전진해 공격 전개에 가담하고 좌측은 코바치치가 가담했다. 달리치 감독은 미드필더를 측면 공격에 가담시키되 수비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우측에 모드리치가 전진하면 코바치치는 상대적으로 뒤쪽에 남아 수비 밸런스를 맞췄고 코바치치가 전진하면 모드리치가 내려와 밸런스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브로조비치는 수비만 했나? 아니다. 브로조비치도 순간적으로 전진해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로조비치가 전진하면 모드리치, 코바치치가 후방에 남아 밸런스를 유지했다. 중원에서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와 세 선수들이 호흡은 정말 좋았다.
④ 공격 전개
크로아티아는 단순히 내려 앉아 수비만 한 것이 아니다. 실로 점유율은 5대5에 가까웠고 크로아티아의 공격 전개가 브라질보다 매끄러웠다. 크로아티아는 빌드업 시 2-3-5의 전형을 만든다. 2명의 센터백, 3명의 미드필더로 구성된 후방 빌드업 전형이다. 풀백 들은 빌드업에 가담하기 보다 측면을 넓게 벌려 전진했다.
사실상 크로아티아의 빌드업은 3명의 미드필더가 도맡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치 감독이 미드필더들에게 빌드업을 맡긴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탈압박이다. 세 선수 모두 패스나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에 능하다. 때문에 브라질의 압박을 여유롭게 풀어나오고 풀백을 전진시켜 공격 숫자까지 채웠다.
여기서 2명의 윙 포워드는 중앙으로 좁혀 하프 스페이스 공간 쪽에 위치한다. 다만 크로아티아의 빌드업 전형은 단순히 2-3-5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여기서도 달리치 감독은 공격은 하되 수비적인 밸런스는 유지했다. 우측과 좌측의 선수 위치를 다르게 가져갔다. 우측 풀백인 유라노비치는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공격 시 윙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윙 포워드로 출전한 파샬리치는 보다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탰다. 좌측에서는 소사가 유라노비치만큼 전진하지 않고 다소 후방에 머물렀고 측면에는 페리시치가 위치했다.
위에도 얘기했듯 미드필더들 역시 공격에 가담했고 유려한 공격 전개와 롱 볼도 섞어가며 브라질의 뒷 공간을 공략하는 장면도 있었다.
아쉬운 점
다만 크로아티아의 단점은 공격의 퀄리티다. 상대 진영까지 볼을 전개하는 것은 좋으나 이후에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크라마리치는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우측 윙 포워드로 출전한 파샬리치는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 중원 싸움에는 힘을 보탰으나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16강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낸 페리시치도 이 날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는 단 하나의 유효 슛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물론 효율로 따졌을 땐 최고이나 공격에서의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다.
팀을 승리로 이끈건 리바코비치다. 리바코비치는 이 날 선방만 11개를 기록하며 미친 모습을 보였다. 직전 경기인 일본전에서도 좋은 선방으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전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다 막아냈다. 물론 실점이 있긴 하지만 리바코비치가 아니었다면 더 먹혔을 수도 있는 크로아티아다.
리바코비치의 진가는 승부차기다. 일본전에서는 3개의 PK를 막아냈는데 오늘은 1개를 막아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1번 키커의 슛을 막아내며 시작부터 이점을 가져가게 만들었다.
리바코비치와 더불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건 유라노비치다. 유라노비치는 공수 양면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전술적으로 이 날 경기의 키라고도 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는데 수비에선 비니시우스를 틀어막았고 공격적으로 전진했을 땐 다닐루와의 측면 경합에서 우위를 보였다.
유라노비치는 풀백임에도 불구하고 기회 창출 3회, 공격 지역 패스 7회를 기록했고 경합 성공 5회(100%), 클리어링 4회 등 수비적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잡고 4강에 올라섰다.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속 4강 진출이다. 상대는 메시의 아르헨티나로 모드리치와 메시의 라스트 댄스에서 웃는 자는 누구일지 기대되는 매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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