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 이어 호날두도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2시즌 연속 메날두가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호날두는 지난 토트넘전에 헤트트릭으로 살아나는 듯 보였으나 오늘은 슛팅을 단 한차례도 기록하지 못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맨유는 브페가 선발로 복귀하면서 산초, 엘랑가와 2선을 꾸렸고 맥토미니도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프레드와 중원을 꾸렸다. AT는 코케, 에레라, 데파울이 중원을 꾸렸고 요렌테가 오른쪽 윙 백으로 출전했다. 최전방에는 펠릭스, 그리즈만이 투 톱으로 출전했다.
맨유의 경기력은 전반전과 후반전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에는 AT 역시 8강 진출을 위해선 득점이 필요했기에 전진하는 경우가 많아 맨유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맨유의 전반전 공격 포인트는 브페와 엘랑가의 스위칭이다. 브페는 중앙에서 링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측 공격에 힘을 실었다.
브페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가져가면 엘랑가는 박스 안으로 침투해 호날두와 함께 투 톱 형태를 만들었다. 전반 2분 엘랑가와 오블락의 충돌 상황에서도 브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달로에게 공간을 만들어줬고 엘랑가는 박스 안으로 침투해 헤딩을 시도했다. 또한 전반 12분에도 브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컷백을 시도했고 오블락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긴 했지만 엘랑가의 위협적인 슛팅이 나왔다. 그 뿐만 아니라 맨유는 호날두도 측면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맨유다.
하지만 선제 득점을 만든 건 AT였다. 전반전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맨유의 슛팅은 번번이 막혔고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전 AT가 5-4-1 수비 전형을 만들어 걸어 잠그자 맨유는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맨유의 후반전 3가지 문제점은 침착하지 못했던 모습, 산초와 호날두의 부진이다.
우선 맨유는 전반전부터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졌고 점점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심판 판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있으나 심판의 판정에 대해 휘둘리기 시작하면서 격양된 모습을 보였고 침착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은 급한 모습을 보였고 특히 브페가 흔들렸다. 브페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많이 잡혔을 뿐 아니라 플레이에서도 격양된 모습과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오히려 독이 되었다. 결국 브페는 후반 67분 만에 포그바와 교체 아웃됐다.
산초의 부진도 컸다. 산초는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긴 했으나 파이널 패스나 크로스, 판단에서 아쉬웠다. 산초의 장점인 동료 활용도 적었다. 산초는 이날 드리블 성공 5회로 경기 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시도 자체가 11회로 많은 횟수다. 산초가 드리블을 많이 시도했다는 만큼 침투하는 동료에게 패스를 해주거나 2대1을 주고받는 장면 자체가 적었다는 방증이다. 또한 산초는 강하고 거칠게 수비하는 AT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산초가 좌측에서 부진하자 맨유의 좌측 공격 자체가 죽어버렸고 텔레스의 전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측면 뒷 공간을 내주게 되었다. 또한 산초의 이러한 부진은 호날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호날두는 좌측, 우측을 가리지 않고 측면 공격에 도움을 주었다. 호날두가 측면으로 빠진 만큼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활용하거나 2대1 패스를 통해 측면을 허무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호날두가 측면으로 빠지는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호날두의 측면 공격 가담이 너무 많았다는 것도 문제다. 물론 토트넘전에는 넓은 활동 범위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이번 경기는 아니었다. 호날두는 이날 슛팅을 단 한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럴만했다. 애초에 호날두는 박스 안에서 터치 자체를 하지 못했다. 팀의 최전방 공격수가 박스 안 터치 횟수가 1회도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호날두는 풀타임을 소화했음에도 박스 안 터치가 0회다.
이렇듯 호날두는 측면 공격에는 도움을 주었으나 호날두의 큰 장점인 득점력을 살리지 못하는 역할이었다. 때문에 우측 공격에 도움을 주어 우측면을 활성화시키기도 했지만 막상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횟수 자체가 적었고 이로 인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맨유 팬들이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이 있을만 하지만 심판 판정에 대해선 차치하고 얘기하겠다. AT의 득점 장면에서의 프레드를 향한 마요의 거친 태클, 전체적으로 거칠었던 AT의 경기 방식에 대해 불만이 있을만하다. 하지만 이는 심판 문제고 AT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어찌 됐든 시메오네의 전술 승리다. 시메오네는 전반전 맨유가 경기를 주도하자 곧바로 수비 전형에 변화를 주었다.
경기 초반에는 5-3-2의 모습을 띄고 있었는데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그리즈만을 우측 미드필더의 자리로 변경시켜 5-4-1의 형태를 띠었다. 그리즈만의 우측 미드필더 변화는 적중했다. 그리즈만은 역습을 전개할 때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수비적으로도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즈만은 태클 4회, 리커버리 8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했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맨유의 좌측 공격을 막아내는데 큰 공헌했다.
시메오네는 1차전과 달리 공격에도 변화를 주었다. 1차전에는 로디를 중심으로 한 좌측 공격이 주 루트였다면 오늘은 우측이었다. 그리즈만, 데파울, 요렌테로 이뤄지는 삼각편대의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AT는 전반 중반까지 맨유의 압박에 빌드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선수들이 볼을 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 면서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AT의 우측 공격 전개를 보면 그리즈만이 침투와 슛팅보단 링커 역할을 수행했고 요렌테의 측면 침투, 데 파울의 하프 스페이스 공간 공략과 그리즈만을 도와 링커 역할도 수행했다. 때로는 요렌테가 중앙으로 들어오면 데 파울이 측면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 유연한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전반 33분에는 오프사이드로 취소 당하긴 했지만 맨유의 골망을 흔드는 장면이 나왔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패스를 통해 맨유의 압박을 풀어냈고 마요의 측면 뒷 공간 침투로 위협적인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의 흐름을 잡기 시작한 AT는 또 한번 우측에서 맨유의 수비를 뚫어냈다. 데파울의 좋은 패스, 펠릭스의 뒷 공간 침투 이후 그리즈만의 크로스를 이어 받은 로디의 득점이 터졌다.
전반 막판 선제 득점을 만들어내고 후반전에는 걸어 잠그면서 시메오네식 두 줄 수비를 보인 AT다. 5-4-1 전형을 유지하면서 수비 라인을 내리고 역습 시에는 많은 선수를 가담시키지 않았다. 펠릭스를 중심으로 2~3명의 선수만 역습에 가담하고 수비 전형을 유지했다.
후반전 AT의 수비에서 좋았던 점은 협력 수비다. 맨유가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중앙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에 가담해 주면서 3명에 가까운 선수가 측면 수비를 하고 백3는 박스 안에서 크로스를 차단하는 형식으로 맨유의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산초가 위치한 맨유의 좌측 라인을 요렌테, 그리즈만, 데파울이 좋은 협력 수비를 보여 팀의 무실점을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팀을 1대0 승리로 이끈건 오블락이다. 오블락은 이번 시즌 좋지 못한 폼으로 비판을 많이 받아 왔는데 이날은 전성기의 폼을 보여줬다. 전반 12분 엘렝가의 슛팅을 머리로 막은 것을 시작으로 맨유의 모든 유효 슛팅을 막아냈고 뛰어난 선방 능력으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또한 오블락은 세이브뿐 아니라 나오는 타이밍도 완벽했다. 맨유의 세트피스나 크로스 상황에서 빠른 판단으로 튀어 나와 볼을 잡아냈다. 맨유가 전반전 좋은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득점하지 못한건 오블락의 존재가 컸다.
맨유는 결국 홈에서 패배를 면치 못하며 챔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상 5시즌 연속 무관이 확정됐고 리그에서 4위를 차지하는 것이 맨유의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또한 이날 경기로 인해 호날두는 12년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시즌이 됐고 11년만에 챔스에서 단 한 개의 슛팅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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